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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9일
![]() 사실 난 이 동네를 무척 좋아한다. 아니, 이사 오기 훨씬 전부터 좋아했다. 주말이면 산책코스로 이 근방을 거닐면서, 다음번에는 꼭 이 동네로의 이사를 결심하곤 했었다. 2년전 겨울, 부동산에 찾아가서 '●●동의 2번지가 아니면 안돼요. 그리고 꼭 킨하나도리 상점가에서 5분이내여야 해요.'라고 못박았을 때, 부동산에서는 안그래도 매물이 없는 동네에서 그렇게 지정을 하면 절.대. 이사 못한다고 말렸었지만, 나는 결국 이사에 성공했다. 이 동네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먼저 학교까지 걸어서 15분이라는 점. 그리고 걸어서 5분거리에 프레쉬네스버거와 미스터 도너츠가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깔끔하고 고급스런 작은 슈퍼와 갓튀겨낸 맛있는 고로케를 파는 정육점, 3개의 편의점과 애플파이가 맛있는 작은 빵집, 저녁 9시까지 따끈한 벤또를 살 수 있는 벤또가게가 3곳이나 있는 상점가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JR 을 비롯한 지하철 3개 노선의 역이 걸어서 15분안에 5군데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동네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방은 5층 건물의 5층. 한여름에 내리쬐는 태양빛을 듬뿍 머금은 천장 탓에 여름에는 방이 조금 찐다는 점, 집세가 조금 비싸다는 점을 빼면 나무랄 곳이 없다. 아침해가 길게 고개를 들이미는 커다란 베란다의 유리로 된 미닫이창에, 동쪽으로 난 창문과 다용도실의 통풍창. 남쪽끝으로 들어온 바람이 방끄투머리의 작은 통풍창으로 빠져나가는 그런 방이다. 이 방으로 이사를 오고나서는 한밤중에 자다가 깨는 일도 없어졌고, 아침도 훨씬 상쾌해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전에 살던 곳만 못하지만, 2년 동안 삭막한 도시의 뒷모습에도 꽤나 익숙해졌다. 어릴 때부터 동네를 거닐면서, '내가 여기서 10년이나 살았지만, 아직도 이 동네 어느 구석에 내가 한번도 발을 디디지 않은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늘 밖에서 들여다만 보던 소바집을 지나면서 이 동네를 뜨기 전에 꼭 한번 저집 소바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창 바쁜 지금이지만, 아직 한참 남은 이별을 지금 준비해두지 않으면, 그냥 어영부영 떠나버릴 것만 같다. 늘 도망치듯 떠나왔지만, 이번에는 꼭 제대로 안녕을 고하고 싶다. |